
반도체용 기판은 반도체 칩과 IT 기기를 연결해 정보와 전력의 흐름을 돕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종집적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러 칩을 하나의 반도체처럼 결합하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HBM(High Bandwidth Memory)과 같은 고대역폭 메모리 기술이 도입되면서 정보 전달 통로의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칩과 기판 사이에서 인터포저(interposer)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터포저는 유기(Organic) 인터포저와 실리콘(Silicon) 인터포저로 나뉜다. 유기 인터포저는 실리콘 대비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잘 휘어지는 단점이 있다. 반도체 공정이 복잡해지고 여러 칩이 기판에 부착되면서 대면적화가 진행됨에 따라 휨(Warpage)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유기 인터포저의 표면은 비교적 울퉁불퉁하여 미세한 배선을 구현하는 것이 어렵다.
반면, 실리콘 인터포저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을 통해 고성능 칩에 맞는 정밀한 배선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높고, 새로운 반도체 공장이 필요할 정도로 공정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이 단점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유리기판이 주목받고 있다. 유리기판은 실리콘과 유사한 매끈한 표면을 가지고 있어 유기 기판 대비 40~60배 수준의 정밀한 미세회로 작업이 가능하다. 또한, 유기 인터포저에서 발생하는 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꺼운 회로 코어를 제거하는 코어리스(Coreless) 구조도 적용할 수 있어 기판 두께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
유리기판은 열팽창 계수(CTE)가 실리콘과 비슷하여 온도 변화에 따른 변형이 적으며, 휨 현상이 거의 없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AI 시대에 요구되는 다수의 연산 장치와 10개 이상의 HBM을 안정적으로 탑재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실리콘 대비 적절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 공정 중 다양한 층을 형성하는 작업이 용이하다. 열 전도율 측면에서도 유리기판은 실리콘 대비 150배 높은 전도성을 보이며, 반도체 업계의 최대 난제인 열 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리하다. 즉, 실리콘의 매끈한 표면과 낮은 열팽창 계수, 유기기판의 유연성과 낮은 비용을 조합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첨단 패키징 산업은 2023년 60조 원 규모에서 2028년 100조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는 AMD와 협업하여 하반기에 시제품을 출시하고,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10개 이상의 잠재 고객사와 협의 중이며, 양산 이후 빠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해 유리기판 시장에 진입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 공정이 정리되지 않아 2026년 양산 여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인텔, DNP, 이비덴, LG이노텍 등도 유리기판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며, 인텔은 유리 가공 기술을 보유한 LPKF 및 독일 쇼트(SCHOTT)와 협력하고 있다.
LPKF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에 준하는 유리관통전극(TGV) 기술을 개발 중이며, 레이저 가공 방식이 유리기판 제조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옵틱스, 켐트로닉스, 이오테크닉스 등도 TGV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에프엔에스테크는 유리기판의 두께를 줄이는 글래스 슬리밍 장비를 켐트로닉스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인텍플러스, 기가버스, HB테크놀러지, 야스 등은 유리기판 검사 장비 개발 업체로 거론되고 있으며, 해당 장비 업체들은 2027~2030년경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리기판의 핵심 원재료는 아사히(Asahi), 코닝(Corning), 쇼트(SCHOTT) 등이 공급하고 있으며, 이들은 디스플레이용 유리기판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용 유리를 개발 중이다. 아지노모토(Ajinomoto)는 기판용 ABF 필름을 생산하며, 배선층의 접착체 역할을 한다.
제이앤티씨는 본업인 유리가공 기술을 활용해 유리기판 중간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와이씨켐은 유리기판 공정에서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 스트리퍼, 디벨로퍼를 양산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유리 보호 코팅제 개발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고성능, 저전력, 고밀도 패키징 기술을 요구하고 있으며, 유리기판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 SK,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유리기판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시장에서 유리기판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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